[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에너지 전환의 기로에서 선 대한민국

김선교
2024-08-21

🔗숲사이(soopsci)는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인 커뮤니티입니다.


현재 세계 에너지 시스템은 1차 에너지 소비의 약 80%를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5%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같은 심각한 글로벌 문제를 초래했으며, 이제는 더 이상 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세계 여러 지역에서 재생 에너지의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의 에너지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의 경우, 전체 전력 생산의 4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며 미국의 전환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 중 25%는 풍력 에너지로 공급된다. 중국은 세계 재생 에너지 신규 설치의 과반을 차지하며, 전체 전력 생산의 33%를 재생 에너지원에서 공급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재생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은 전체 전력의 46%를, 영국은 42%, 스페인은 47%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전체의 재생 에너지 비율은 이미 30%를 넘어섰다.

주요국 대대적인 에너지 시스템 전환 추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가 1.5°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연간 1000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새롭게 추가해야 한다. 현재의 국가별 기여(NDCs)와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T-LEDS)으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6%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여전히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각국은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더욱 높이는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 삽화 김기명 >


그러나 대한민국은 에너지 전환에서 크게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은 9%에 불과하며, 이는 세계 평균인 30.25%와 큰 격차를 보인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의 비중은 각각 5%에 불과한데, 이는 세계 평균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동아시아의 경쟁국인 일본(12%)이나 중국(16%)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하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 경쟁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이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경쟁력에서 점차 밀려날 위험을 의미한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은 에너지 집약도가 매우 높아,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주요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이 매우 낮다.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한국에서 RE100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재 이 목표 달성률은 30%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 상황을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비유한다면, 다른 국가들은 이미 중간 지점을 넘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출발선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에너지 전환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단지 환경적 피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탄소 국경세와 RE100과 같은 자율적 무역 장벽은 재생에너지 사용이 부족한 한국 기업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배제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국가적 경쟁력의 심각한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선도국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급진적이고 변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마라톤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치열한 훈련과 결단력이 필요하듯이, 에너지 전환에서도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수적이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은 출발선에 서 있지만,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는 국가들이 많아질수록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이제는 결단의 순간이며, 한국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의 방향은?

에너지 전환은 단지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과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 여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에너지 전환의 경쟁에서 보조를 맞추기 위한 필요한 전략적 결단과 실행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장기적인 계획과 방향 수립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빠른 변화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기공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SC와함께하는과학산책  #기후위기_기후정의 


+ 'ESC와 함께하는 과학산책' 연재 목록 보기 


ESC 진행 (예정)행사 (참여하면 넓어지는 과학 이야기)


10월 11일(금)~13일(일)


10월 12일(토)

숲사이는 ESC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인 커뮤니티입니다.
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공지 
(04779)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S732 (성수동1가,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Copyright ⓒ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All rights reserved.    


운영진 게시판 


숲사이는 ESC에서 운영합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공지

(04768)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S732

Copyright ⓒ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All rights reserved.
운영진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