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다고 했을 때, 필자가 관심을 두는 면 하나는 이 두 언어와 결부된 사전류의 형성과 편찬 과정이다. 또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도. 그럼, 이 때, 이 사전이란 종류가 얼마나 될까?
일착으로, 영한 사전을 떠올리겠지만, 이 한 종만으로는 한계가 다분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한 사전도 출판사마다 다르게 나온 여러 종을 보기도 해서 조금 그 한계를 허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영영 사전, 영한 사전, 한영 사전, 국어(굳이 ‘영영’사전처럼 표현하자면 ‘한한’ 사전이랄까?) 사전 정도가 적어도 1종씩은 필요하며, 역자가 느끼는 니즈나 완성도의 정도에 따라 이 각각의 종류도 여러 에디션을 참고할 수 있다.
사전 값만 얼마나 들겠냐고? 바로 그래서, 번역이라는 세계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세상 모든 도서관이 집에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비슷한 언급을 앞선 편에서 했지만, 사전 외에도 방대한 레퍼런스가 필수다.
벌써 현기증이 날지 모르므로, 사전의 쓰임새와 한계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세부를 포괄적으로 압축하면, 번역 과정은 결국, 원문을 읽었을 때, 텍스트 자체에 집작하지 말고, 저자가 그런 단어, 구, 문장을 쓴 상황이나 의도를 떠올리는 데서 출발한다. 즉, 사전을 활용하거나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과정 하나하나는, 영어가 표현하는 상황이나 의도를, 한국 사람들은 어떤 말로 표현하는지에 대응시키는 과정의 부분부분일 뿐이다. (번역의 목적으로 볼 때, 이는 지극히 당연한 기본인데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를 벗어난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영한 사전보다 영영 사전의 필수성이 더 부각되기도 한다.
사전은 식기로 치면, 포크나 스푼 하나 정도에 해당하는데, 그만큼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또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의 필요성은 누구나 쉽게 수긍하리라 본다. 그런데 사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은 무엇이지? 식사 메뉴에 따라서는, 이런 식기 외에 나이프도 젓가락도 필요한 법이기도 하니까. 조금 더 들어가면 빵을 먹는 자리면 버터 나이프도 필요하겠지? 사전에서 드러나는 이런 결핍을 잘 알아두면 둘수록 훌륭한 번역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므로, 사전에 얽힌 현상들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겸해 파악하면 좋다. 당장, chatGPT나 DeepL의 시대에 꼭 그래야 하냐고? (나중에 이 부분도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결론만 제시하고 넘어가면) 당연히, 여전히 그렇다!
번역을 하다 보면, 사전을 찾는 경우는 일착으로 역자가 전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단어가 나올 때다, 당연히! 그 외에는, 또 사전이 왜 필요할까, 한번 상상해 보시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하게도 사전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사전을 통으로 외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단어들이 다른 뜻으로 원문에 쓰인 경우를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단어마다 그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주 쉽게 여기는 단어도 간간 예외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는, 해석이 아닌 번역을 하기 때문에 단어 수준의 의미만이 아니라 적확히 찾으려는 도착어 표현이 딱히 잘 안 떠오를 때다. 조금 어색해도 뜻만 통하는 수준 정도로만 충분하다면, 이는 번역이라는 범주에 넣기 어렵다. 사전으로 특정 단어의 뜻풀이를 찾으면, 비슷하거나 엉뚱한 단어들이 다양하게 제시된다(물론 이 가운데는 긍정적 의미에서 또는 부정적 의미에서 이상한 단어, 일종의 노이즈도 끼는 단점도 수반된다.).
영한 사전에 나오는 뜻풀이 ‘집합’ 내에서 역어를 찾으면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사전과 아무리 씨름해도, 영영 사전이나 국어 사전까지 동원해도 잘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 정도면, 왜 역자에게도 작가 못지않게 틈틈의 말 ‘채집’이 중요한지도 확연해진다. (이 채집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물론 아니다.)
팁을 하나 더하면, 뜻풀이를 볼 때, 예문도 같이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또 언제까지 가용할지 모르지만, 네이버 사전에서 ‘뜻풀이’ 하위 메뉴를 제공하는데, 여기 목록에 제공되는 표현들이 조금 더 실제 용례를 찾을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해결이 안 될 때도 많다.).
결국 해도 해도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에 대한 팁은 조금 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더 심각할 만한 상황부터 짚어보자.
적확한 단어나 표현을 못 찾는 경우보다 심각하다니, 어떤 경우일까? - 계속 -
블랙소스 : 블랙홀을 source로 삼으면 반타블랙만큼 진한 맛의 과학문화적 sauce가 나온다고 믿는 물리 커뮤니케이터. 과학이라는 표현의 광범위함을 아우를 수는 없어서, 그리고 물리 중에서도 전공한 단편적 영역 외에는 잘 몰라서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물리 커뮤니케이터라 자칭. 세상만사의 근간이 얽혀 있다고 믿는 양자중력과 양자정보에 관한 영원한 탐구생활을 위한 밥값은 모 대기업에서 만드는 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로 하는 중.
#과학번역
+ 과학도 번역이 되나요?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다고 했을 때, 필자가 관심을 두는 면 하나는 이 두 언어와 결부된 사전류의 형성과 편찬 과정이다. 또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도. 그럼, 이 때, 이 사전이란 종류가 얼마나 될까?
일착으로, 영한 사전을 떠올리겠지만, 이 한 종만으로는 한계가 다분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한 사전도 출판사마다 다르게 나온 여러 종을 보기도 해서 조금 그 한계를 허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영영 사전, 영한 사전, 한영 사전, 국어(굳이 ‘영영’사전처럼 표현하자면 ‘한한’ 사전이랄까?) 사전 정도가 적어도 1종씩은 필요하며, 역자가 느끼는 니즈나 완성도의 정도에 따라 이 각각의 종류도 여러 에디션을 참고할 수 있다.
사전 값만 얼마나 들겠냐고? 바로 그래서, 번역이라는 세계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세상 모든 도서관이 집에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비슷한 언급을 앞선 편에서 했지만, 사전 외에도 방대한 레퍼런스가 필수다.
벌써 현기증이 날지 모르므로, 사전의 쓰임새와 한계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세부를 포괄적으로 압축하면, 번역 과정은 결국, 원문을 읽었을 때, 텍스트 자체에 집작하지 말고, 저자가 그런 단어, 구, 문장을 쓴 상황이나 의도를 떠올리는 데서 출발한다. 즉, 사전을 활용하거나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과정 하나하나는, 영어가 표현하는 상황이나 의도를, 한국 사람들은 어떤 말로 표현하는지에 대응시키는 과정의 부분부분일 뿐이다. (번역의 목적으로 볼 때, 이는 지극히 당연한 기본인데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를 벗어난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영한 사전보다 영영 사전의 필수성이 더 부각되기도 한다.
사전은 식기로 치면, 포크나 스푼 하나 정도에 해당하는데, 그만큼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또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의 필요성은 누구나 쉽게 수긍하리라 본다. 그런데 사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은 무엇이지? 식사 메뉴에 따라서는, 이런 식기 외에 나이프도 젓가락도 필요한 법이기도 하니까. 조금 더 들어가면 빵을 먹는 자리면 버터 나이프도 필요하겠지? 사전에서 드러나는 이런 결핍을 잘 알아두면 둘수록 훌륭한 번역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므로, 사전에 얽힌 현상들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겸해 파악하면 좋다. 당장, chatGPT나 DeepL의 시대에 꼭 그래야 하냐고? (나중에 이 부분도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결론만 제시하고 넘어가면) 당연히, 여전히 그렇다!
번역을 하다 보면, 사전을 찾는 경우는 일착으로 역자가 전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단어가 나올 때다, 당연히! 그 외에는, 또 사전이 왜 필요할까, 한번 상상해 보시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하게도 사전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사전을 통으로 외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단어들이 다른 뜻으로 원문에 쓰인 경우를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단어마다 그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주 쉽게 여기는 단어도 간간 예외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는, 해석이 아닌 번역을 하기 때문에 단어 수준의 의미만이 아니라 적확히 찾으려는 도착어 표현이 딱히 잘 안 떠오를 때다. 조금 어색해도 뜻만 통하는 수준 정도로만 충분하다면, 이는 번역이라는 범주에 넣기 어렵다. 사전으로 특정 단어의 뜻풀이를 찾으면, 비슷하거나 엉뚱한 단어들이 다양하게 제시된다(물론 이 가운데는 긍정적 의미에서 또는 부정적 의미에서 이상한 단어, 일종의 노이즈도 끼는 단점도 수반된다.).
영한 사전에 나오는 뜻풀이 ‘집합’ 내에서 역어를 찾으면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사전과 아무리 씨름해도, 영영 사전이나 국어 사전까지 동원해도 잘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 정도면, 왜 역자에게도 작가 못지않게 틈틈의 말 ‘채집’이 중요한지도 확연해진다. (이 채집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물론 아니다.)
팁을 하나 더하면, 뜻풀이를 볼 때, 예문도 같이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또 언제까지 가용할지 모르지만, 네이버 사전에서 ‘뜻풀이’ 하위 메뉴를 제공하는데, 여기 목록에 제공되는 표현들이 조금 더 실제 용례를 찾을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해결이 안 될 때도 많다.).
결국 해도 해도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에 대한 팁은 조금 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더 심각할 만한 상황부터 짚어보자.
적확한 단어나 표현을 못 찾는 경우보다 심각하다니, 어떤 경우일까? - 계속 -
블랙소스 : 블랙홀을 source로 삼으면 반타블랙만큼 진한 맛의 과학문화적 sauce가 나온다고 믿는 물리 커뮤니케이터. 과학이라는 표현의 광범위함을 아우를 수는 없어서, 그리고 물리 중에서도 전공한 단편적 영역 외에는 잘 몰라서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물리 커뮤니케이터라 자칭. 세상만사의 근간이 얽혀 있다고 믿는 양자중력과 양자정보에 관한 영원한 탐구생활을 위한 밥값은 모 대기업에서 만드는 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로 하는 중.
#과학번역
+ 과학도 번역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