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네트워크 구조로 본 뇌 연결성과 사회적 연결망

전지원
2023-03-22


@삽화 김기명


3년 가까이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었던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9천명대에 머물며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비상경계가 올해 안에 해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시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사적모임 인원이 제한되고 단체 행사가 금지되었던 시기를 지나 대면 사회활동과 사적 만남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사회적 활동과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연결망 구조는 구성원의 사회적 행위를 잘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적 활동은 뇌 연결성을 관찰함으로써 탐색할 수 있다.


살아있는 뇌 관찰하기, 뇌네트워크


뇌에는 대략 860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신경계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뉴런 내에서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고, 뉴런과 뉴런사이에 있는 시냅스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정보 전달이 이루어진다.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뇌 혈류량과 산소소모량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화는 자기공명 신호의 차이를 유발한다. 따라서 자기공명신호의 변화를 연속적으로 측정하면 활성화된 뇌 영역을 관찰 할 수 있다.


뇌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한 뇌 활동의 관찰은 전체 뇌 영역을 대상으로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적 해상도가 높은 편이지만, 보통 2~3초에 한번씩 하나의 영상을 얻기 때문에 시간적 해상도는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뇌파(EEG)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여 뇌신호를 얻기 때문에 공간적 해상도는 낮은 편이지만, 밀리세컨드 단위로 신호를 얻어낼 수 있어 시간적 해상도는 높다고 알려졌다.


뇌영상 기법을 통해 살아있는 뇌를 관찰하는 연구자들은 여러가지 자극들에 의해 활성화되는 뇌의 패턴을 탐색하고 신호를 계산해 그 의미를 해석한다. 뇌기능영상을 통해 사람의 인지기능을 연구하는 초기에는 특정 자극이 주어졌을 때 활성화되는 뇌영역을 확인하고, 해당 뇌영역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령 이전에 제시되었던 단어가 다시 제시되면 반응키를 누르는 과제를 수행한다면 이전에 제시된 단어를 기억했다가 다시 제시될 때 올바로 키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하는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고 이때 활성화된 뇌의 영역을 관찰해 배외측 전전두피질(DLPFC)이 작업기억에 관여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다양한 뇌기능 연구들이 축척된 2000년대 중반이후에는 뇌연결성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도 작동하는 뇌


외부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뇌의 활동을 관찰하던 연구자들은 특별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에서도 뇌 활성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얻어진 fMRI를 휴지기(Resting state) fMRI라고 부르는데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뇌 활성화 패턴이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다. 이외에도 중앙 집행 네트워크로 알려진 전두정엽 네트워크(Frontoparietal network)과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가 주요한 뇌 네트워크 모델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개인의 자기참조적 처리(self referential processing), 자서전적 기억 탐색 같은 내부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또 중앙집행 네트워크는 인지적 처리가 필요할 때 동반되는 네트워크로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유지·조작하면서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현저성 네트워크는 외부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요소들에 관련되며, 주의나 인지제어과정에 관여한다.


휴지기 상태에서 이러한 네트워크들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실제로 뇌는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외부 자극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두뇌 활동은 내재적 네트워크(Intrinsic connectivity network)에 해당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적절한 사회적 상호작용, 뇌와 사회 건강 지켜


상호 연결성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모델은 계산 물리학, 통신 시스템, 사회 연결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이용됐던 개념으로 뇌 활성화 패턴을 설명하는 데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네트워크 상에서 하나의 노드(node)는 다른 노드와 연결되어 있고, 연결 강도나 연결된 노드의 수에 따라 서로 다른 패턴의 연결성을 보인다. 뇌 네트워크 모델에서는 뇌 영역을 노드로 삼아 연결성을 관찰한다. 따라서 뇌 연결성에 따라 뇌의 인지처리 양상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인지적 행동에 반영된다.


네트워크 구조로 뇌 연결성과 사회 연결망을 바라보면 두 시스템 모두 다양한 경로로 연결된 노드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뇌의 중앙 집행 네트워크에서 전체적인 기능은 각 연결성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사회적 연결망 역시 개인의 연결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과 관계유지를 통한 사회적 유대는 전체적인 사회구조를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반대로 사회적 고립과 배제는 전체적인 사회적 연결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개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과정들은 내적으로 뇌 발달 및 뇌 가소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노인의 경우 치매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는 자신의 성격 특성에 알맞은 적절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내적으로는 뇌 건강을 지키고, 공동체의 사회적 연결망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나아가 사회는 구성원의 유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적절한 정책과 서비스를 마련하여 사회적 연결망을 지원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지원 (가톨릭의대, 뇌과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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