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좋은 에너지 정책 형성을 위해서는

김선교
2023-03-15

@삽화 김기명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좋은 에너지 정책 형성을 위해서는


우리나라는 세계 8위 에너지 소비국이다. 약 92.8%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곤국이며, 2021년 기준 에너지·자원 수입 비용은 1372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22.3%에 달한다. 그렇기에 에너지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산업과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수급과 가격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좌우할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어느 쪽이 되었든 환영보다는 거센 비판과 반대에 부딪친다. 심지어 정책의 수혜 대상조차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바람직한 이론 속성을 가진 기술을 선호한다. 하지만 '바람직한' 이론은 자신이 속해있는 기술 영역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즉, 과학자들 역시 에너지 정책의 형성에서 객관적이기보다 정책의 방향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는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특정 기술의 장점을 강조하며, 단점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거나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좋은 에너지 정책은 선호하는 좋은 기술을 국가가 주도해서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을 의미한다.


이러한 속성은 에너지 기술과 정치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에너지 기술과 관련된 정책 목표에 '과학적' 혹은 '합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더라도 정책의 형성과 실행이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책의 형성과 실행은 과학기술의 영역과 역할이 있으나 정치적 과정의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권 성립에 기여한 사람들의 역학관계가 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문제는 특정 기술이 특정 정치세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편향성을 지닐 때 커진다. 이는 해당 기술뿐만 아니라 균형감 있는 정책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명성 포괄성 갖는 좋은 정책과정 필요


좋은 에너지 정책은 기술 중심에만 나오지 않는다. 기술을 형성하는 쪽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기술과 사회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 각자의 이익과 대립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의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정량적인 근거와 기술특성이 여전히 중요하나 다른 사고 체계의 접근 역시 필요하다. 완벽하게 좋은 정책은 없지만 좋은 정책 과정은 있다. 협의와 합의의 과정에 투명성과 포괄성을 최대한 포함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아야 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요한 지점에서의 과정적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 문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환경이 급변하고 가격이 요동치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크게 커졌다. 화석연료 자원 공급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의 우선순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궁극적인 에너지 안보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 겨울, 유럽의 에너지 공급 위기가 커졌을 때 단기적으로 석탄의 수요가 증가했으나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확장 정책이 오히려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의 궁극적 방향성은 지속가능성의 확보에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정책은 일관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를 위한 정책이 국내 문제가 아닌 전세계 공동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중이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산업계에서는 현재의 어려움으로 '전환의 속도'를 늦출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대중은 현실론의 관점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전통적인 환경규제 정책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모든 이해관계자 참여하는 학습과정 구축


그렇기에 에너지 정책은 정부 산업 시민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포괄적인 사회적 학습 과정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학습이란 지식의 습득 이상을 의미한다. 행동과 태도의 변화와 함께 문화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소수의 엘리트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에너지가 소수의 고민이 아닌 다수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정책 형성 과정에 시민의 참여가 중요해졌다. 시민사회의 견고한 지지가 없는 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대립 속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가장 중요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회 부문이 변화를 감당할 역량을 갖출 때 올바른 에너지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기공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SC와함께하는과학산책 #기후위기_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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