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과학자와 피아노 #21 피아노 브랜드 열전 - Steinway & Sons(스타인웨이)

블랙소스
2024-06-10


영창, 삼익, 그리고 조금 더 기억이나 관심이 남다르다면, 대우, 같은 이름까지도 떠오를지 모르겠다. 한때 한국산 피아노의 품질이 기적적으로, 일제 최상품 부럽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같은 그런 목재를 구할 수도 없거니와 여러 이유로, 적어도 한국제 피아노 자체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이 세계를 누비는 풍경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하기도 하다. 얼마 전,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곧 소개할 브랜드를 한국 제조사에서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미 한국은 피아노 연주계에서는 최정상인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피아노 제작까지 그런 위치를 노린다면 욕심이 너무 지나친가? 그래도 여전히 가성비 정도 면에선 경쟁력이 있다고는 해야 할지도.

그렇다면, 세계적으로는 어떤 브랜드들이 유명한가?

최상의, 전설적 피아노라는 데, 선호도 차이는 더러 있을지 몰라도, 이견이 달리지 않는 대명사, 바로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이야기부터 해보자. 사명에서 보듯이 세대를 잇는 패밀리 비즈니스(가업) 제조사로 출발했다(가문의 소유로 100년 여를 버티다 결국 나중에 주인이 바뀌기 시작한다). 워낙 독보적이라, 금빛으로 까만 피아노에 대문자로 박힌 이 'S T E I N W A Y & S O N S'라는 식자의 존재감은 정말 유별나다. 공연장이나 행사장 같은 데서 아주 늘씬해 보이는 3m에 가까운 길이를 뽐내는 까만 그랜드 피아노를 보신다면, 십중팔구 스타인웨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스타인웨이의 매직이라는 말이 괜히 돌 까닭이 없으니, 바이올린 중에 신이 내린 악기라 할 만큼 신비로운 명기라는 Stradivarius에 비할 만하다(참고로, 라틴어스러운 이름인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 제작자 이름을 따라 '스트라디바리'라고도 하는데 이를 두고 틀린 명칭이라 하긴 어렵다.). 역사적인 느낌도 얹어보기 위해, 그 유명한 에디슨(Thomas Edison)의 편지(1890)를 곁들여 본다.

To Steinway & Sons –
Gents,

I have decided to keep your grand piano. For some reason unknown to me it gives better results than any so far tried. Please send bill with lowest price.

Yours,                          

Thomas A. Edison


에디슨도 이 악기가 그렇게나 뛰어난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본질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다만, 얼핏 보면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이는 피아노를 만드는 업에서, 장인 정신에 입각해 설계나 제작 과정/기술 등의 차별화, 혁신적 진보를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이른바 '초격차'를 일구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추구해야 할 이상, 내지는 표준을 정립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피아노사들도 스타인웨이와 경쟁 구도를 갖출 만큼 훌륭한 피아노를 선보이고 있지만, 즉, 그들이라고 딱히 또 스타인웨이에 비해 '후지다'고 할 수는 없음에도, 그들이 스타인웨이는 아니듯, 스타인웨이는 스타인웨이다. 전통과 혁신, 그 자체의 네임이라 해야 할까. (스타인웨이가 전통을 세워 가는 중에 시도한 혁신을 이야기하자면, 별도의 배경과 세세한 이야기가 필요하니 다음으로 미루겠다.)

스타인웨이를 둘러싼 한 가지 범하기 쉬운 오해는 독일 회사라는 인식이다. 원어를 보면 어째 '슈타인웨이'라고 읽어야 할 법도 하지만, 미국 회사라 영어식으로 읽는다. 그 기원이 독일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다만 독일에서 피아노를 제작하던 일가가 아예 회사를 차리게 된 시점은 이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뒤다. 이러한 역사를 안아서인지는 몰라도, 오늘날 스타인웨이는 다 같은 스타인웨이가 아니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함부르크산과 뉴욕산으로. 뭐 이렇게 지명을 식별용 꼬리표로 붙여서인지 몰라도, 뭐랄까, 확실히 함부르크산은 독일적이고 뉴욕산은 미국적이기는 한 사운드가 난다. 공통적으로, 굳이 그 사운드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자면, 기본적으로는 맑고 투명하고 청량한 감각의 사운드가 작곡자나 연주자의 의도에 따라 정말 큰 폭으로 다채롭게, 무궁무진 변화무쌍한 지대를 들락날락한다고 하면 충분할지 잘 모르겠다(영창 피아노가 그나마 이런 스타인웨이의 느낌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사운드를 낸다.) 아무튼 말로 딱 꼬집어 비교하기는 어려운 느낌인데, 그 선택의 여지가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므로, 가령, 디지털 피아노를 고를 때 음원이 이 두 가지를 다 포함하고 있는 경우 구매욕이 훨씬 커진다(다른 단점이 있는 모델이라 해도)! 그래서 당분간은 디지털적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아마 스타인웨이 실물을 보유하게 된다면 둘 다 들여야 하지 않을까도 싶다.


<STEINWA Y & SONS 홈페이지, https://www.steinway.com/>


물론 아직도 개인적 스타인웨이 구매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할 텐데, 더한 문제는 돈이 아닌 듯싶다. 사실 타 경쟁 브랜드들의 피아노를 구매한다면, 시연이 가능하다면 물론 다 충분히 만져보고 사들이겠지만, 들일 딱 그 피아노를 고르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듯한데, 스타인웨이만큼은 결정 장애에서 못 벗어날 듯한 불안감이 든다. 아니면, 적어도 한 대를 고르기까지 정말 오랜 세월이 걸릴 듯한. 그래서 고르는 작업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까도 싶은데, 왜냐하면 그 많은 스타인웨이가 다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 모두 마음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욕심이야, 세상 모든 스타인웨이를 다 가지고 싶은 스크루지스러운 이기주의에 이를 정도지만! 즉, 현실적으로 한 대만 골라야 한다면, 아주 심혈과 정성과 시간을 들여서 고르게 될 듯하다. 스타인웨이를 향한 평가란, 위에서 보편적인 반응과 수준을 언급했더라도, 지독히 개인적, 또는 개별적이라고 해야겠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하나하나가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가운데서도 그 모두가 최상의 영역에 들어가는 품질을 유지한다.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나무, 펠트, 금속 등이 절대로 동일할 수 없기도 하지만, 여전한 수공업의 세계가 낳은 자식이니까.

이런 지경이니, 그냥 스타인웨이만이 아니라, 그 시리얼 넘버까지 특정해, 무대에서 연주할 피아노를 고른다는 연주자들도 있다. 그만큼 시리얼 넘버로 악기를 식별하는데, 그러한 미묘할 듯한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광경이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열리는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쇼팽 작품만으로 경연하는 이 대회가 정말로 피아노에 진심이라는 면은, 출전자와 출전자의 선곡을 소개하는 정도야 여느 대회와 비슷한데, 주최 측에서 제공한 피아노 종류 중 출전자가 무엇을 골랐는지도 꼭 같이 언급한다는 데서 더 부각되었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귀엽기까지 한 그 센스 내지는 필요성에 크게 공감이 갔다. 지난 대회인 경우, 스타인웨이는 당연하고, 그 외에 야마하(YAMAHA), 파지올리(FAZIOLI), 가와이(KAWAI)까지 네 가지 브랜드가 옵션으로 제공되었는데, 다른 피아노는 브랜드명만 불렀지만 이 때 스타인웨이를 고른 경우는 시리얼 넘버 중 고유한 뒷자리까지도 덧붙여 밝혔다. 당연히 스타인웨이만큼은 적어도 두 대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준비되었기도 하지만, 경연 무대가 아니더라도, 시리얼 넘버에 따른 개개 스타인웨이의 독특한 매력은 참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저마다 흡인력이 큰 가운데서 또 다르기도 하다.

한편, 스타인웨이 사는 요즘에 들어, 시대 흐름에 맞추어 스피리오(Spirio)라는 일종의 자동 연주 피아노를 선보였는데, 특정 연주 스타일을 포착해 저장하고 있다가 사용자가 원하면 그 선택에 따라 연주를 들려주는 피아노다. 보통은 우리가 좋아하는 연주자의 음반으로 연주를 듣지만, 스피리오인 경우, 소리를 들려주는 매체가 오디오가 아니라 바로 그 진짜 악기라는 점에서 다른 셈이다. (그런데 왜 디지털 피아노는 안 만들까, 하는 생각도 간간 든다. 자기들의 그 출중한 어쿠스틱 피아노 사운드를 샘플링한 음원으로 디지털 피아노를 선보인다면 시장을 압도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오디오 시장까지는 진출했으니, 언젠가는 이 디지털 피아노계에도 등장하려나?)

스타인웨이가 이와 같다면, 또 다른 제조사들의 피아노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블랙소스 : 블랙홀을 source로 삼으면 반타블랙만큼 진한 맛의 과학문화적 sauce가 나온다고 믿는 물리 커뮤니케이터. 과학이라는 표현의 광범위함을 아우를 수는 없어서, 그리고 물리 중에서도 전공한 단편적 영역 외에는 잘 몰라서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물리 커뮤니케이터라 자칭. 세상만사의 근간이 얽혀 있다고 믿는 양자중력과 양자정보에 관한 영원한 탐구생활을 위한 밥값은 모 대기업에서 만드는 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로 하는 중.

#과학자와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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