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기후위기 이야기 #12 재활용이 최선일까?

박재용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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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병으로 만든 옷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사례로 소개되고, 또 기업들도 친환경 섬유로 만들었다고 강조들을 하죠. 그런데 과연 정말 이게 친환경일까요? 페트병을 그냥 버리는 것보다야 나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사실 페트병으로 만든 옷은 재활용에서는 가장 나쁜 사례 중 하나입니다. 


먼저 투명 페트병을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은 재활용이 아니라 재사용입니다. 그냥 다시 페트병으로 쓰는 거지요. 유럽연합의 경우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30%를 재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8년 기준으로 21%를 병제조에 투입하고 있죠. 하지만 한국은 0%입니다. 얼마 전까지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원료는 식품과 닿는 곳에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안전성이 인정된 재생원료라면 식품 접촉면에 쓸 수 있도록 바뀌었으니 앞으로는 그런 페트병이 등장하겠지요. 


그럼 페트병으로 옷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은 건 왜일까요? 옷으로 만들어지면 다시 폐기할 때 노끈이나 솜 등을 만드는 용도로밖에 재활용이 되질 않습니다. 재활용률도 낮습니다. 기껏해야 20%도 되질 않습니다. 결국 매립하거나 태울 수밖에 없는 거지요. 두 번째로 페트병으로 만든 옷을 세탁할 때 일종의 미세플라스틱인 미세섬유가 나온다는 점이죠. 이런 미세섬유는 필터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바다로 가게 됩니다. 


재활용률이 높다는 알루미늄 캔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알루미늄 캔 재활용 비율은 80%가 넘습니다. 엄청나게 높죠. ‘어 그래 그럼 이왕 사는 거 페트병 말고 캔으로 사면 되겠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죠. 그러나 재활용된 알루미늄 캔의 70% 정도는 금속 제련 과정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이런 경우 다시 재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만들어진 캔이 다시 새로운 캔으로 재활용되는 건 25% 정도 이상 되질 않습니다. 캔 네 개 중 세 개는 한 번 재활용하고 버려지는 것이죠. 


종이팩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팩을 만들려면 종이 포장재를 여러 겹으로 쌓고 중간에 얇은 알루미늄도 들어갑니다. 이걸 다시 팩으로 재활용하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종이 타월이나 화장지 등으로 재활용하게 되는데 이들은 아시다시피 거의 재활용이 되질 않습니다.


다운 리사이클링은 재활용을 하되 기능과 품질이 기존 가치보다 떨어지는 걸 뜻하는데 지금 재활용의 대부분이 이런 다운 리사이클링인 거죠. 더구나 재활용이 무한히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두 차례 이루어지면 그 뒤로는 폐기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구나 재활용 과정 자체도 일단 에너지가 들어가고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까지 생각해보면 재활용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수적인 물건을 만들고 다시 재활용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재활용이 일종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서 소비를 늘리는 거나, 기업의 그린 워싱으로 이용되는 건 영 탐탁치 않은 일이지요. 


사실 가장 좋은 건 재활용해야 할 물건을 없애는 거죠. 가령 샴푸를 살 때 집에 있는 용기를 들고 가서 샴푸 내용물만 담아오는 식으로 말이죠. 쌀이나 보리, 통밀 같은 알곡도 그램 단위로 사서 준비한 용기에 담아오고, 과자나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로 준비해간 용기에 담아 용기나 포장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재활용 대책입니다. 


서울에서는 망원시장의 알맹상점이 이런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알맹상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 지도도 있으니 참고해보시길 .


@ 알맹이 상점

출처: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박재용 저 | 뿌리와이파리) 내용 중  


작성자: 박재용 (전업 작가, ESC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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