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기후위기 이야기 #11 바다 플라스틱

박재용
2023-09-01


플라스틱 아일랜드

하와이 제도 남서쪽에 100년 전에는 없던 섬이 새로 생겼습니다. 주변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들이 해류를 따라 떠돌다 모여 만들어진 플라스틱 섬이죠. 섬은 해가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면적의 절반 정도였는데 10년 사이 엄청나게 커져 지금은 한반도 면적의 7배인 160만 킬로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이곳에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약 8만 톤으로 1조 8천억 개의 조각으로 나뉜 채 떠다니고 있죠.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날이 갈수록 그 면적이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 섬은 이곳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남동쪽에도 규모는 조금 작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고 남태평양, 북대서양, 남대서양, 인도양에도 있죠. 그 주변 바다 새의 내장에는 플라스틱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먹이인 줄 알고 직접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이죠.  물고기 또한 직접 먹었다기보다는 더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의 몸 안에 축적된 플라스틱을 먹이와 함께 먹은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16만 톤에서 17만 톤 정도인데 수거하는 양은 10만 톤이 되질 않습니다. 이마저도 수거량이 많이 늘어난 거죠. 어업과 양식업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료는 한 해 16만 톤이며 이 중 바다에 버려지는 게 4만 5000톤 정도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전 세계 3위입니다. 미국과 영국 다음이지요. 그래서 태평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에도 한글이 선명히 인쇄된 플라스틱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미세 플라스틱 

크기가 5mm가 되질 않는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이라 하고 1마이크로미터 이하면 초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요사이 환경 오염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요. 세탁기로 빨래를 할 때마다 합성섬유에서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생깁니다. 워낙 작다보니 하수처리장에서도 걸러지질 않아 그대로 바다로 갑니다.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을 통해 남해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양만 연간 53톤이며 조각으로는 1조 2천억 개입니다. 바다의 플라스틱 또한 자외선에 노출되고 파도와 마찰이 일어나면서 1년에 팰릿 하나에서  1만 2천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만들어집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가소제, 난연제, 산화방지제 등이 들어 있죠. 또 크기가 작다보니 질량 대비 표면적이 워낙 커서 오염물질을 잘 흡착합니다. 바다에 사는 동물 중 조개나 플랑크톤은 물을 흡수해 먹이를 걸러먹는데 이런 녀석들 체내에 미세 플라스틱이 쌓입니다. 또 물고기들이 호흡을 한다고 아가미로 물을 빨아들였다가 내놓는 과정에서도 쌓입니다. 그리곤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바다의 거의 모든 생물에게 쌓이고 해산물을 먹는 인간의 체내에도 축적되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쓰고 있는 저의 혈관에도 아마 일정 농도의 미세 플라스틱은 쌓여 있습니다. 혹시 해산물만 먹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잡히는 어류의 상당 부분은 축산농가에서 사료로 쓰고 있습니다. 사료로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지요. 또 바닷가 농지에도 미세 플라스틱은 가닿습니다. 워낙 작다보니 바다 표면의 미세플라스틱은 주변의 해안가와 그 주변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1분에 대형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현재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은 대략 1억 6500만 톤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새로 바다에 쏟아집니다. 1분마다 대형 트럭 한 대 분량의 쓰레기를 바다에 쏟아 붓는 거죠. 기존에 바다에 쌓인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이죠. “집에 물이 막 넘쳐흐르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물을 퍼내는 것이 아니라,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이다.” 물론 정부도 아예 손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정부에서 수거한 바다 쓰레기양이 9만 톤이 넘고.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 760억 원 정도 됩니다. 2021년에는 1,306억원까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힘들죠. 먼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어업과 양식업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생분해성 물질로 대체해야 됩니다, 물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완전히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현재 어업이나 양식업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그 일을 그만두라고 할 순 없는 거니까요. 그런데 비용이 문제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2~3배 정도 비싸니까요. 또 성능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정부 예산을 들여야 하는 거지요. 


그리고 어업 및 양식업 이외에도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 가장 좋은 건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거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1회성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1회성이란 건 1회용보다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흔히 말하는 비닐봉지, 1회용 컵, 빨대 같은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포장재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의 노력, 시민의 계몽이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죠. 


한국은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전 세계 2위인 나라입니다. 

2022년 4월부터 매장 내 1회용품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편의점에선 여전히 1회용품 사용이 가능하고, 포장 및 배달 음식도 1회용품에 담겨집니다. 또 2030년부터 모든 업종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시킨다고 하지만 너무 늦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실시하기에는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지만 10년 가까이 걸릴 일은 아닌 거지요. 거기다 이런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너무 느슨합니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에 대한 부과금을 지금보다 훨씬 무겁게 매겨야겠지요. 


마치 주유소에서 기름을 몇 리터 씩 주문해서 사듯이 마트에서 샴푸나 린스, 세정제 등을 살 수 있어야 하는 거지요. 과자를 살 때도 개당 얼마 씩 해서 큰 통에 든 걸 소분해서 팔면 포장재는 확연히 줄어듭니다. (서울 망원동에선 이렇게 포장재 없이 판매하는 알맹상점이 있고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만약 시민이 요구하고 정부가 정책을 실시하기만 하면요. 이렇게 되면 제품 가격도 싸질 수 있습니다. 기업의 과도한 포장재 사용은 원가에 반영되어 가격을 올리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플라스틱이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면?

플라스틱 사용이 문제인 건 알겠지만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기후위기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쓴 지 대략 300년 조금 못 됩니다. 이 사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에서 410ppm 정도로 약 110ppm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내놓은 이산화탄소량은 300ppm 가량 되는데 대기 중에는 그 중 100만 남아있는 거죠. 


나머지 200ppm은 몽땅 바다가 흡수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이 정도인 거죠. 사실 물은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질 못합니다. 바다가 그냥 아무 것도 살지 않는 곳이라면 이 정도로 흡수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바다에는 플랑크톤, 산호, 게, 새우 등이 삽니다. 이들은 바닷물에 녹은 이산화탄소와 칼슘이온으로 자기 껍데기를 만들죠. 그리고 이들이 죽으면 껍데기는 밑바닥에 가라앉아 쌓이고, 지층이 되어 석회석이 됩니다. 바닷물은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계속 흡수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런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그럼 자연히 산호도, 게도, 새우도, 플랑크톤도 그 개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금도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서 포화에 이르고 있다고 바다가 이야기하긴 합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2050년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미래를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겠습니까? 또 더 이상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3배 정도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 또한 상상하기도 싫지요.


출처: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박재용 저 | 뿌리와이파리) 내용 중  


작성자: 박재용 (전업 작가, ESC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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