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향신문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우선 2030년까지 어떻게 줄일 지에 대한 정부의 기본 계획을 확정할 법적 시한이 이번 달 25일이다. 3일 남았다. 이와 관련해서 공청회를 3월 22일 즉 오늘 열 계획인데.. 아주 빠르게도 21일에 정부안의 개요가 나왔다. 그것도 개요다. 세부안은 오늘 까보일 예정이다. 공청회도 하기 싫고, 정부안도 미리 까보이고 싶지 않고 뭐 이런 느낌이 팍팍 온다. 어찌 되었건 개요를 본 결과 내 판단으로는 이미 엉망인 계획이 더 엉망이 되었다. 그 상황을 살펴보자.
1.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작년 10월에 “어찌 되었든 국제사회와 약속했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티가 팍팍 난다.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1.5도 상승으로 막을 수 있다고 IPCC 6차 보고서에 쓰여 있다. 참고로 IPCC는 가장 보수적으로 예측한다. 그래서 기후과학자나 기후활동가 중에는 IPCC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사람이 많다. 즉 IPCC가 저렇게 말했다는 건 43%를 감축해도 1.5도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마저 안 하면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2030 정부 목표는 34% 감축에 불과하다. 한참 모자란다. 이것도 문재인 정부 때 국제적으로 약속한 거다. 그때도 목표치가 너무 낮다고 난리가 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마저도 하고 싶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다른 나라와 약속한 거니 지키긴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고 참 남자네 그려.
그래서 이번 정부안에 총 감축목표는 변함없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 엉망인 감축계획에서 더 엉망이 되지 않은 건 이것 하나뿐이다.
2.
미루고 싶다. 최대한 미루고 싶다. 2030년까지면 앞으로 7년 남았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임기는 3년 조금 더 남았다. 그래서 2025년까지는 탄소 감축 정도가 엄청 적다가 막판에 확 줄이겠다는 게 이번 계획안의 특징 중 하나다. 자기 임기 때는 줄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30년에 목표를 달성한다고 쳐도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는 훨씬 더 많이 내놓은 뒤다.
자기 임기 동안에는 온실가스를 찔끔찔끔 줄이다가 목표 감축량의 한 80%는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다. 다음 정부는 무슨 죄?
3.
성장을 위해 기업을 보호하고 싶다. 기업에서는 감축하고 싶지 않다고 몸부림을 친다. 현재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비율은 전체의 38% 정도 된다. 그런데 정부 계획안대로면 2030년에는 58%가 된다. 다른 곳에선 줄여도 산업 부문에선 웬만하면 줄이지 않겠다는 거다. 성장을 위해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겠단다. 그러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는 멍청해서 그러지 않는 걸까?
산업부문이라고 에둘러 말하면 안된다.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80% 가까이가 대기업 몫이다. 즉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감안해서 조금 봐주더라도 국제경쟁력이 출중한 대기업 위주로 줄여도 현재 목표는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는다. 윤석열의 대기업 사랑에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4.
피해자에 무관심하다. 아주 무관심하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 아래 들어간 대책이라곤 기후우기 피해지역 선정과 노동자 전직 훈련 지원이 끝이다. 기후 적응에 대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홍수 경보시간을 3시간 전에서 6시간 전으로 단축하겠다는 거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보건 복지 안전망 구축 두 가지다. 홍수 경보시간을 앞당기는 걸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다른 정책이 없다는 뜻이다.
이 정부는 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 진심이 과하다. 기후위기에 따른 다양한 위기에 대해 연구하고, 피해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듣고, 종합적인 대책을 새우고 싶지 않다는 진심이 찐하게 느껴진다.
5.
정부 돈 쓰기 싫다. 이런 데 쓰라고 거둔 세금이 아니라고 윤석열 연사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탄소중립 대책을 위해 5년간 89.9조원 대충 90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일단 이 금액부터 문제다. 세계 유수의 정책집단들이 다들 이야기하는 것이 제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하려면 GDP의 2~3%를 매년 써야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40~80조원 8년간 적어도 320조원 많으면 600조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 그런데 꼴랑 90조원이다.
그마저도 산업부문과 건물 수송에 54.6조원을 쓴다. 나머지 35조원 남는데서 녹색산업 성장에 또 6.5조원을 쓴다. 성장 참 좋아한다. 이제 29조원 정도 남는데 8년으로 나누면 3.5조원 정도 된다. 이 돈으로 분산 전원도 지원해야 하고, 홍수 경보도 단축해야 하고 정의로운 전환도 해야 하고, 기후적응도 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대책에 보면 홍보가 아주 많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정부가 하지 않는 걸 하라고 알리겠다는 소리다. 윤석열 정부에게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 진심은 돈에서 드러난다.
- 본 내용은 박재용 님이 얼룩소에 기고하신 글로 작성자의 허락을 받고 숲사이에 공유합니다. -
@ 경향신문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우선 2030년까지 어떻게 줄일 지에 대한 정부의 기본 계획을 확정할 법적 시한이 이번 달 25일이다. 3일 남았다. 이와 관련해서 공청회를 3월 22일 즉 오늘 열 계획인데.. 아주 빠르게도 21일에 정부안의 개요가 나왔다. 그것도 개요다. 세부안은 오늘 까보일 예정이다. 공청회도 하기 싫고, 정부안도 미리 까보이고 싶지 않고 뭐 이런 느낌이 팍팍 온다. 어찌 되었건 개요를 본 결과 내 판단으로는 이미 엉망인 계획이 더 엉망이 되었다. 그 상황을 살펴보자.
1.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작년 10월에 “어찌 되었든 국제사회와 약속했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티가 팍팍 난다.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1.5도 상승으로 막을 수 있다고 IPCC 6차 보고서에 쓰여 있다. 참고로 IPCC는 가장 보수적으로 예측한다. 그래서 기후과학자나 기후활동가 중에는 IPCC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사람이 많다. 즉 IPCC가 저렇게 말했다는 건 43%를 감축해도 1.5도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마저 안 하면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2030 정부 목표는 34% 감축에 불과하다. 한참 모자란다. 이것도 문재인 정부 때 국제적으로 약속한 거다. 그때도 목표치가 너무 낮다고 난리가 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마저도 하고 싶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다른 나라와 약속한 거니 지키긴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고 참 남자네 그려.
그래서 이번 정부안에 총 감축목표는 변함없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 엉망인 감축계획에서 더 엉망이 되지 않은 건 이것 하나뿐이다.
2.
미루고 싶다. 최대한 미루고 싶다. 2030년까지면 앞으로 7년 남았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임기는 3년 조금 더 남았다. 그래서 2025년까지는 탄소 감축 정도가 엄청 적다가 막판에 확 줄이겠다는 게 이번 계획안의 특징 중 하나다. 자기 임기 때는 줄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30년에 목표를 달성한다고 쳐도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는 훨씬 더 많이 내놓은 뒤다.
자기 임기 동안에는 온실가스를 찔끔찔끔 줄이다가 목표 감축량의 한 80%는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다. 다음 정부는 무슨 죄?
3.
성장을 위해 기업을 보호하고 싶다. 기업에서는 감축하고 싶지 않다고 몸부림을 친다. 현재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비율은 전체의 38% 정도 된다. 그런데 정부 계획안대로면 2030년에는 58%가 된다. 다른 곳에선 줄여도 산업 부문에선 웬만하면 줄이지 않겠다는 거다. 성장을 위해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겠단다. 그러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는 멍청해서 그러지 않는 걸까?
산업부문이라고 에둘러 말하면 안된다.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80% 가까이가 대기업 몫이다. 즉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감안해서 조금 봐주더라도 국제경쟁력이 출중한 대기업 위주로 줄여도 현재 목표는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는다. 윤석열의 대기업 사랑에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4.
피해자에 무관심하다. 아주 무관심하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 아래 들어간 대책이라곤 기후우기 피해지역 선정과 노동자 전직 훈련 지원이 끝이다. 기후 적응에 대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홍수 경보시간을 3시간 전에서 6시간 전으로 단축하겠다는 거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보건 복지 안전망 구축 두 가지다. 홍수 경보시간을 앞당기는 걸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다른 정책이 없다는 뜻이다.
이 정부는 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 진심이 과하다. 기후위기에 따른 다양한 위기에 대해 연구하고, 피해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듣고, 종합적인 대책을 새우고 싶지 않다는 진심이 찐하게 느껴진다.
5.
정부 돈 쓰기 싫다. 이런 데 쓰라고 거둔 세금이 아니라고 윤석열 연사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탄소중립 대책을 위해 5년간 89.9조원 대충 90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일단 이 금액부터 문제다. 세계 유수의 정책집단들이 다들 이야기하는 것이 제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하려면 GDP의 2~3%를 매년 써야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40~80조원 8년간 적어도 320조원 많으면 600조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 그런데 꼴랑 90조원이다.
그마저도 산업부문과 건물 수송에 54.6조원을 쓴다. 나머지 35조원 남는데서 녹색산업 성장에 또 6.5조원을 쓴다. 성장 참 좋아한다. 이제 29조원 정도 남는데 8년으로 나누면 3.5조원 정도 된다. 이 돈으로 분산 전원도 지원해야 하고, 홍수 경보도 단축해야 하고 정의로운 전환도 해야 하고, 기후적응도 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대책에 보면 홍보가 아주 많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정부가 하지 않는 걸 하라고 알리겠다는 소리다. 윤석열 정부에게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 진심은 돈에서 드러난다.
- 본 내용은 박재용 님이 얼룩소에 기고하신 글로 작성자의 허락을 받고 숲사이에 공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