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구자들과 만나는 ESC LIVE 대담] 항공제어 분야, 김종래 (University of Leeds, UK) #하편

ESC 국제위
2023-03-21


[연구자들과 만나는 ESC LIVE 대담] 
항공제어 분야, 김종래 (University of Leeds, UK) #하편


연구자들과 만나는 ESC LIVE 대담이란?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국제협력위원회 기획으로 진행되는 대담/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날 것의 생생한 연구현장 이야기, 연구자로서의 삶, 연구의 최전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술적인 이야기를 묻고 들어보는 시간으로, 전문 학술 서적을 저술/번역한 ESC 회원 연구자들을 만나보는 것으로 본 시리즈를 시작해 봅니다.


* 본 내용은 2023년 2월 18일 2시간 넘게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담의 일부를 편집한 요약본입니다. LIVE 대담에 직접 참여하면 더 풍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Q. 집필하신 전문서 관련한 질문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 학술서를 쓰는 일이 굉장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들었는데요. 이번에 발간하신 전문서를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https://www.wiley.com/

* Dynamic System Modelling and Analysis with MATLAB and Python: For Control Engineers (IEEE Press Series on Control Systems Theory and Applications) 김종래 저


A. [김종래] 옛날부터 공학자를 위한 프로그래밍 책, 특히 기계공학이나 항공공학이나 제어공학, 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 전공하시는 분들도 아마 프로그래밍을 많이 하고 또 아주 일반적인 프로그래밍에 관한 책들은 많이 있을 텐데, 공학 프로그래밍은 일반적인 프로그래밍과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일반 컴퓨터 프로그래밍하는 책들을 처음에 사서 보게 되면, 데이터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데이터 배열 재정리하고 정렬하고 검색하고 이런 문제들이 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문제들의 책을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비행기에 관심이 있는 저로서는 처음에 데이터 정렬하고 이러는 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어요. 물론 좀 더 연구하다 보니 데이터를 정렬하고 검색하는 게 제가 연구하는 항공 분야에도 연관이 되고 필요하긴 했지만요. 처음 시작하는 단계의 기계/항공/제어 공학자들한테는 컴퓨터 데이터 프로세싱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수한 데이터 프로세싱 문제 말고, 제어공학에서 관심 있어 하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소개하면서 그것을 프로그래밍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 세 가지 공학 분야에서, 프로그래밍이라는 과목이 학부 1학년 때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과목을 한 번 들은 다음에는 과목이 없습니다. 그 이후에는 관심 있는 몇몇 학생들만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노력이나 시간을 좀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Q.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책과 다른 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김종래] 책 제목의 끝부분에 ‘For Control Engineers’라고 이야기를 했던 이유가 있는데요. 전기공학과에서 주로 제어이론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항공 쪽에서 제어를 공부한 사람이고요. 전기공학 쪽에서 제어이론 하시는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동역학 이론이에요. 동역학 이론은 간단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뉴턴의 운동 역학인데, 이걸 일관되게 어떤 시스템에 적용해서 모델링을 하는 데에는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경우를 보면, 속한 학과에서 학부 때 배운 지식의 방향성이 평생 남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방향성 때문인지 다른 분야로 방향을 틀어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쉽지 않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동적 시스템 모델링을 제어공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어떻게 하면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책의 1장과 2장에 많이 담았습니다. 특히 2장은 항공공학 관련한 내용이라 동역학 설명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을 최대한 제어공학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또 다른 하나는, 전체 프로그래밍 기법을 설명하는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지난 몇 십년 동안 컴퓨터가 발전이 엄청나게 많이 돼서 프로그래밍 여러 툴들이 많이 생긴 와중에, 공학자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한 기능이 기호(symbolic) 연산이라고 봤어요. 적분을 한다거나 대수적 연산 등을 하는 것인데요.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컴퓨터가 풀어주지는 못하지만, 단계단계 사람이 적절하게 문제를 잘 주면, 효율적으로 연산 상의 실수 없이 좋은 답을 내주거든요. 그래서 그런 쪽의 프로그래밍 기법을 활용한 예제들을 많이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례로, 전형적인 항공공학 인공위성 자세 추적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공위성의 회전하는 시스템은 각속도라는 물리량과 연관이 되어있고, 자이로스코프(gyroscope)라는 센서로 이 물리량을 측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센서에 잡음이 있다보니 이 잡음을 효율적으로 프로세싱하기 위해서 개발되어 있는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잡음 특성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이 그 알고리즘에 포함되어 있고요. 3차원 회전을 하는 물체에 대해서 각 축 방향으로 세 방향에 대한 각속도를 측정하는데, 제가 학생일 때부터 봐왔던 수식에서는 그 세 가지 방향에서의 잡음이 각 축에 대해서 독립적(independent)이에요. 그러니까 x축의 잡음은 x축에만 영향을 미치고, y축의 잡음은 y축에만, z축의 잡음은 z축에만. 그게 옛날부터 참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3차원 회전하는 운동은 각 축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서로 물려 있거든요. 그 잡음도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예전부터 왜 이럴까에 대한 의문점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에 책을 쓰면서 그걸 기호 연산으로 전개를 해봤어요. 전개를 해봤더니 서로 상호 연관되는 잡음 항이 있더라고요. 있긴 한데 그 항이 매우 고차(high-order) 항이라서, 예를 들면 잡음이 델타라고 하면 델타의 4승 정도 되어서 델타가 아주 작으면 이 상호연관되는 잡음 항은 무시할만한 수준이 되기 때문에 각 축이 서로 독립적일 수 있게 되는거죠. 이런 문제들은 이제 기호연산을 통해서 금방 해볼 수 있습니다.


Q. 책 표지에 로렌츠 방정식 플롯은 누가 디자인하셨나요.


A. [김종래] 와일리 출판사에서 한 겁니다. 출판사에서 네 가지 디자인을 제안해주셨고 그 중에 하나를 저에게 고르라고 했어요. 다른 디자인들은 수식이 들어가 있거나 컴퓨터 화면이 들어간 구성으로 표현이 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책같이 느껴졌고요. 지금 표지 시안이 비선형 동역학 시스템의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해 준다고 생각해서 이걸 선택했습니다.


Q. 혹시 대중서의 성격으로, 좀더 폭넓은 독자들, 코딩을 활용해보고자 하지만 경험이 없는 다른 실험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실 계획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김종래] 넓은 독자층을 만족시켜야 하는 대중서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심자가 코딩을 배우는 제일 좋은 방법은, 기본 문법 배우고서 바로 자기가 풀려고 하는 문제에 뛰어드는 것인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니까요.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있어야지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는 건데, 단순히 그냥 프로그래밍 연습만 막 하면 재미없거든요. 축구 하고 싶으면 축구 경기를 해야 재미있는데 그게 아니고 (물론 중요하지만) 맨날 공차는 연습만 하면 재미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 기술의 90%는 디버깅(debug)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은, 내가 풀려고 하는 문제를 내가 아주 자세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프로그래밍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때때로 (학교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매트랩 프로그래밍을 잘 몰라서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대부분 의외로 프로그래밍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공학 쪽에서는. 대부분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지. 프로그래밍 자체는 문제를 이해하고 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전문서의 저술은, 넓은 독자층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기초적인 토대가 될 수 있는 기본 지식의 뼈대를 체계적으로 익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학문 분야에 다가가는 데에, 그래서 튼튼한 연구의 토양을 만드는 데에 중요하고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래 님이 저술하신 책은 중국어판 번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글로 쓰여진 학술서와 전문서가 늘어나고 전문학술서 번역과 저술이 활발해질 수 있는 지원과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연구자들과 만나는 ESC LIVE 대담, 그 두번째 시간은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통계물리학 분야 김희태(한국에너지공대), 이미진(한양대) 님을 모시고 진행됩니다. 4월 29일 토요일 한국시간 기준 오후 14:00부터 약 2시간 동안 zoom에서, 번역출간하신 네트워크 과학 관련 전문학술서와 관련 연구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안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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