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이라는 핵심 생체분자의 정체를 정밀하게 해독할 수 있는 단백질 서열 해독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단백질은 세포라는 공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핵심 생체분자다.
서로 다른 세포는 저마다 다르게 구성된 단백질 조합을 활용하며, 이에 따라 세포 내 화학반응이 달라지고 기능이 바뀌게 된다. 그 기능에 따라 어떤 세포는 근육세포로, 또 어떤 세포는 면역세포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중요한 생체분자인 단백질을 연구해 세포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단백질에 문제가 생겼는지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희귀유전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환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거꾸로 유추할 수 있다. 단백질이라는 이 작은 생체분자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단백질은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다. 유전자 및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켜고 끌지에 대한 정보는 DNA에 상당 부분 담겨 있다. 이 DNA에 담긴 정보를 기반으로 RNA가 만들어진다. 구체적으로는 RNA의 구성성분인 리보핵산이라는 작은 분자가 조합돼 기다란 RNA가 합성된다. 마치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구슬을 하나씩 한줄의 실로 꿰듯, 4종류의 리보핵산을 하나씩 붙여 기다란 RNA 실처럼 이어내는 것이다.
처음 합성되는 RNA는 DNA에 담겨 있던 유전자 정보를 고스란히 지니게 되는데, 곧이어 이 RNA가 잘리고 붙으며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만이 추려져 RNA가 완성된다. 단백질은 이 완성된 RNA에 담긴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단백질 구조 이해하면 난치병 치료길 열려
단백질 또한 그 구성성분인 20종류의 아미노산이 구슬처럼 한줄로 꿰여 기다란 단백질 사슬로 엮여나간다. 사람이 지닌 2만여개의 유전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마다 수많은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는 세포들이 다양한 기능을 갖출 수 있는 원천이 된다.
문제는 단백질의 다양성이 너무 높고 검출이 어려워 실제로 세포 안에서 작동하는 단백질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하나의 유전자는 서로 비슷하지만 충분히 다른 단백질 10여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숫자는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더해 단백질이 유전자로부터 완성된 뒤에도 세포 내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러붙으며 단백질이 꾸며지기도 한다. 마치 구슬을 꿰어둔 뒤 무늬를 새겨 세공하는 것과 비슷한데 이 또한 단백질의 다양성을 높인다.
그러니 단백질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구슬이 수백개씩 이어져 있는 이 얇은 구슬 장신구를 모아다가 각각 어떤 색의 구슬이 꿰여있는지, 어떤 순서로 엮여있는지, 어딘가 세공이 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일일이 들여다보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생물학을 둘러싼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현대에도 매우 어렵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 정보를 밝혀내기 위한 기술인 단백질 서열 해독 기법이 눈부신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나노포어(nanopore)라 불리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나노포어는 얇은 막을 두고 뚫려있는 매우 작은 구멍을 가리키는데 이 구멍을 두고 막 양쪽에 전기가 흐른다. 단백질은 이 구멍을 한 줄로 지나가게 된다. 단백질 사슬을 구성하는 20종류의 아미노산은 이 구멍을 천천히 지나가면서 조금씩 그 구멍을 막는다.
중요한 점은 아미노산은 그 종류 및 세공 여부에 따라 특성이 달라 구멍을 막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미노산이 지나갈 때마다 전기가 흐르는 정도 또한 달라지게 된다. 다시 말해 아미노산 조합마다 특징적인 전기값을 지니게 된다.
그러니 거꾸로 이 전기의 세기를 측정해 방금 지나간 단백질에 대체 어떤 아미노산이 꿰여 있었는지, 그 아미노산에 세공이 들어갔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단백질에 대한 온전한 해독이 가능해진 것이다.
상업화까지는 멀지만 곧 정체 밝혀질 것
나노포어 기반 단백질 해독 기법은 매우 뛰어난 후보지이지만 여전히 상업화까지 갈 길은 멀다. 그래도 그 길이 마냥 멀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대량으로 증폭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분석이 쉬운 DNA와 RNA를 넘어 증폭이 되지 않고 다양성도 훨씬 높은 단백질의 정체를 쉽게 밝힐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세포 내 단백질의 정보를 보다 직접적으로 밝히고 이해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새롭게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 준 (충남대 교수 생명시스템과학대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
#ESC와함께하는과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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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이라는 핵심 생체분자의 정체를 정밀하게 해독할 수 있는 단백질 서열 해독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단백질은 세포라는 공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핵심 생체분자다.
서로 다른 세포는 저마다 다르게 구성된 단백질 조합을 활용하며, 이에 따라 세포 내 화학반응이 달라지고 기능이 바뀌게 된다. 그 기능에 따라 어떤 세포는 근육세포로, 또 어떤 세포는 면역세포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중요한 생체분자인 단백질을 연구해 세포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단백질에 문제가 생겼는지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희귀유전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환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거꾸로 유추할 수 있다. 단백질이라는 이 작은 생체분자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단백질은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다. 유전자 및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켜고 끌지에 대한 정보는 DNA에 상당 부분 담겨 있다. 이 DNA에 담긴 정보를 기반으로 RNA가 만들어진다. 구체적으로는 RNA의 구성성분인 리보핵산이라는 작은 분자가 조합돼 기다란 RNA가 합성된다. 마치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구슬을 하나씩 한줄의 실로 꿰듯, 4종류의 리보핵산을 하나씩 붙여 기다란 RNA 실처럼 이어내는 것이다.
처음 합성되는 RNA는 DNA에 담겨 있던 유전자 정보를 고스란히 지니게 되는데, 곧이어 이 RNA가 잘리고 붙으며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만이 추려져 RNA가 완성된다. 단백질은 이 완성된 RNA에 담긴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단백질 구조 이해하면 난치병 치료길 열려
단백질 또한 그 구성성분인 20종류의 아미노산이 구슬처럼 한줄로 꿰여 기다란 단백질 사슬로 엮여나간다. 사람이 지닌 2만여개의 유전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마다 수많은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는 세포들이 다양한 기능을 갖출 수 있는 원천이 된다.
문제는 단백질의 다양성이 너무 높고 검출이 어려워 실제로 세포 안에서 작동하는 단백질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하나의 유전자는 서로 비슷하지만 충분히 다른 단백질 10여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숫자는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더해 단백질이 유전자로부터 완성된 뒤에도 세포 내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러붙으며 단백질이 꾸며지기도 한다. 마치 구슬을 꿰어둔 뒤 무늬를 새겨 세공하는 것과 비슷한데 이 또한 단백질의 다양성을 높인다.
그러니 단백질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구슬이 수백개씩 이어져 있는 이 얇은 구슬 장신구를 모아다가 각각 어떤 색의 구슬이 꿰여있는지, 어떤 순서로 엮여있는지, 어딘가 세공이 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일일이 들여다보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생물학을 둘러싼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현대에도 매우 어렵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 정보를 밝혀내기 위한 기술인 단백질 서열 해독 기법이 눈부신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나노포어(nanopore)라 불리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나노포어는 얇은 막을 두고 뚫려있는 매우 작은 구멍을 가리키는데 이 구멍을 두고 막 양쪽에 전기가 흐른다. 단백질은 이 구멍을 한 줄로 지나가게 된다. 단백질 사슬을 구성하는 20종류의 아미노산은 이 구멍을 천천히 지나가면서 조금씩 그 구멍을 막는다.
중요한 점은 아미노산은 그 종류 및 세공 여부에 따라 특성이 달라 구멍을 막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미노산이 지나갈 때마다 전기가 흐르는 정도 또한 달라지게 된다. 다시 말해 아미노산 조합마다 특징적인 전기값을 지니게 된다.
그러니 거꾸로 이 전기의 세기를 측정해 방금 지나간 단백질에 대체 어떤 아미노산이 꿰여 있었는지, 그 아미노산에 세공이 들어갔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단백질에 대한 온전한 해독이 가능해진 것이다.
상업화까지는 멀지만 곧 정체 밝혀질 것
나노포어 기반 단백질 해독 기법은 매우 뛰어난 후보지이지만 여전히 상업화까지 갈 길은 멀다. 그래도 그 길이 마냥 멀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대량으로 증폭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분석이 쉬운 DNA와 RNA를 넘어 증폭이 되지 않고 다양성도 훨씬 높은 단백질의 정체를 쉽게 밝힐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세포 내 단백질의 정보를 보다 직접적으로 밝히고 이해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새롭게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 준 (충남대 교수 생명시스템과학대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를 신설해 2023년 새해부터 매주 화요일 '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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