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저/변지영 역)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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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난타스와미의 이 책에도 푹 빠질 것이다.”
_ 《라이브러리 저널》

알츠하이머병 · 코타르증후군 · 조현병 · 이인증 · 자폐스펙트럼장애 · 유체이탈…

8편의 이야기로 들여다본 이상하고 놀라운 ‘자아’의 세계

이 책에는 인간의 ‘자아’와 ‘자기감’이 지닌 놀라운 힘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최신 신경과학계의 발견이 집대성되어 있다. 아직 자아를 둘러싼 신경과학적 원리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한국어판 부제에 쓰인 ‘자아의 그림자’란 정면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존재를 드러내는, ‘자아’의 오묘하고 불가사의한 특성을 나타낸다. 우리는 언제나 자아의 뒷모습만을 좇을 뿐이다.

아난타스와미는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아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8편의 이야기는 같은 질문을 향한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자아’가 사라지면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능력, 내 몸과 행동이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개념, 심지어는 내 정신이 내 몸을 벗어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조차 불확실해진다.

코타르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자신이 죽었다고 살아 있는 입으로 말하며,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노인은 기억을 천천히 잃어간다. 신체통합성장애를 가진 남자는 자기 다리를 스스로 자르고 싶어하며, 건물에서 뛰어내린 조현병 환자는 다른 누군가가 죽으라고 명령했다고 생각하며, 이인증을 겪은 여자는 현실을 꿈속처럼 느꼈다. 유체이탈을 경험한 남자는 운전을 하다가 도로 위에 서 있는 스스로를 보았고, 황홀경 발작을 겪는 사람은 자아가 사라지고 세계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이들에 대한 정신의학, 뇌과학, 신경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자아가 뇌와 우리의 몸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시에 ‘나(자아)란 진정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점점 복잡해져 간다.

아난타스와미는 흔하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한 정신병리들과 그것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둘러본다. 책장을 넘길수록 자아와 연결된 몸, 정신, 기억, 의식은 더욱 흩어진다. 자아의 꺼풀을 들추는 면밀한 인터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방식이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나 자신’이나 ‘내 것이라고 여기는 것’ 일부나 전부를 잃었다. 누군가는 다리를 잘라야만 했고, 누군가는 감정이나 일생의 이야기를 잃었다. 가장 소중한 ‘나’를 잃은 이들의 이야기는 가장 선명하게 ‘자아’의 존재를 드러낸다.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무엇이 ‘나’를 비로소 나답게 만드는가?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어쩌면 오늘날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하다
자아라는 난제에 대한 과학의 도전은 우리를 더 먼 곳으로 이끈다.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연구 덕분에 과거를 기억할 때 사용하는 뇌 부위가 미래를 사고할 때에도 쓰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억이 서사적 자아를 만드는 과정을 명확하게 밝혔다. 한편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조현병을 자아의 관점에서 연구함으로써, 이 질환을 더욱 섬세하게 이해하며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을 발견한다. 유체이탈이라는 섬뜩한 경험을 탐구하며 우리는 뇌가 일종의 ‘예측기계’로서 실제 지각과 예측된 신호 간의 오차를 통해 ‘몸’과 ‘나’를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제 ‘자아’는 두꺼운 철학책 속 추상적인 숙제를 넘어서, 우리의 뇌와 몸, 마음, 정신과 불가분한 구체적인 실체로서 가까워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아가 우리를 이루는 모든 것과 연결된다면, 독립적인 ‘자아’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가? 우리가 그토록 찾기 위해 분투하는, ‘진정한 나’란 있는가?

진화적으로 ‘자아’는 인간의 인지와 경험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 등장한 기능이다. 시간이 흐르며 ‘자아’는 때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모든 아름다움을, 때로 지나친 오만과 ‘나’에 대한 집착 그리고 파괴적인 결말을 불러왔다. 오늘날 번뇌와 욕심을 덜어내는 ‘무아’, 나를 잊음으로써 오히려 나에게 집중하는 ‘몰입’이나 ‘마음챙김’ 모두 ‘자아’의 논의와 연결된다. AI의 등장으로 ‘자아’는 인간이라는 특별함 혹은 보편성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더욱 중요한 논점이 되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에 대체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자아’에 관한 논쟁은, 역설적으로 ‘자아’가 기능적으로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별 말썽 없이 몸 안에 머물며 자아와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면, 아마 우리가 가진 것들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아는 우리가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감각, 나를 나로 만드는 감각에서 필수적이다. 자아는 인간다운 삶, 행복의 조건을 결정한다.

자아를 찾는 여정 속에서 아닐 아난타스와미의 대답은 일관적이다. 다양한 정신병리의 ‘현상학’(과연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경험하는가)을 비롯해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결과들을 한데 모아가면, 우리는 어느새 ‘자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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