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대니얼 데닛 저/신광복 역 | 바다출판사)

2023-01-10
조회수 396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무생물에서 마음의 출현까지


박테리아의 단순한 움직임만이 있던 세상에서

어떻게 바흐와 같은 인간의 마음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40억 년 전 지구, 생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끈적한 원시 수프가 부글거리던, 불덩어리 행성이 식으면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다. 그 생명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가 유지보수와 에너지 획득, 번식을 위한 기초적인 움직임뿐이었다. 그렇게 박테리아(또는 고세균)라는 원핵생물만이 존재하던 지구에 시간이 흘러 컴퍼스, 망원경, 현미경, 사진기, 컴퓨터, 인터넷을 발명하고 문명을 발달시킨 인류가 등장했다. 이 모든 일은 도대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 어떻게 박테리아뿐이던 세상에서 바흐 같은 위대한 인간 정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


미국 터프츠대학에서 철학과 교수이자 인지연구센터 소장인 대니얼 데닛은 진화생물학, 컴퓨터공학, 신경과학, 인지과학, 인공지능, 이론언어학, 정보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개념을 활용하면서 마음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질문을 탐구한다. 그는 최초의 생명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지 능력이 진화했고, 인간은 그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춘 생물이라고 이야기한다.


데닛은 이 책에서 인간의 마음에 관한 연구를 번번이 방해하는 심신이원론과 신비주의를 극복한 뒤 빠르게 증가하는 실험적 증거에 기초해 마음에 대한 유물론적 이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데닛에 따르면 마음은 문화와 함께 자연선택이라는 다윈주의적 과정을 거쳐 진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진화에 속력을 더한 것이 바로 최고의 밈인 언어였다. 인간은 언어를 비롯한 다양한 생각 도구 덕에 마음에 관해 묻고 대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 마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해체하고 자신과 타인의 마음 그리고 생명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인간 의식과 마음 연구의 선구자 대니얼 데닛

진화학, 인지과학, 철학 등 학문의 경계를 초월한 위대한 지적 모험 50년


철학자이자 과학자, 생명철학의 선구자이자 극단적인 다윈주의자, “버트런드 러셀 이후 가장 위대한 철학자”(마빈 민스키) 등 대니얼 데닛을 따라다니는 수식은 복잡하다. 그만큼 그는 철학과 과학, 이론과 실험,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마음과 의식을 탐험했기 때문이다.


현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이자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인 대니얼 데닛. 그는 지난 50여 년 동안 철학과 과학, 이론과 실험,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약 20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의식, 인공지능, 자유의지, 진화, 종교 등 다양한 철학적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각각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때로 무관해 보이기까지 하는 다양한 그의 관심사는 ‘인간 마음의 이해’라는 큰 물줄기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진화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철학자”답게 그는 다윈주의적이고 유물론적인 방식으로 인간 마음과 그 진화를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그의 이런 방식은 진화론뿐 아니라 신경과학,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와 맞물리며 펼쳐졌고,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의 철학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이 책은 지난 수십 년간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데닛이 이어왔던 연구를 종합한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데닛의 재발견, 술술 읽히는 흥미로운 마음의 진화 이야기

전문가의 번역으로 지적 모험의 완성도를 높이다


지난 10여 년간 데닛의 생각에 매력을 느껴 그의 저술과 사상을 연구한 신광복 연구자가 데닛의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의 번역자로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대학원에서 과학과 철학의 문제들을 연구하는 옮긴이는 2010년 대학원 학생들과 독자적인 세미나 팀을 꾸려 데닛의 저작들을 차례차례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 해에 걸쳐 데닛의 대표작인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강독하였다. 이때 닦아놓은 토대가 데닛의 사상을 종합한 이 책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를 번역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지난 5년간의 작업을 통해 옮긴이는 섬세하게 데닛의 문장과 생각을 독자들에게 안내하고자 하였다. 그래서일까. 어렵다고 알려진 데닛의 기존 저작들과 달리 이 책은 쉽게 읽힌다. 데닛의 거시적인 관점과 재치 넘치는 비유와 농담 그리고 특유의 위트와 더불어 이들을 유연하게 엮은 전문성 있는 번역을 통해 독자들은 이야기를 듣 듯 마음의 진화에 대한 데닛의 장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과학에서 데카르트의 허물과 잔재를 벗겨내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마음은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따라서 계량하거나 분석하거나 실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오랜 이원론의 전통을 정교화하고 체계화한 사람이 르네 데카르트다. 그는 사람의 마음은 폐와 뇌 같은 것들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존재자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2종의 물질, 즉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 어떤 것들로 만들어졌다고 결론지었다.


마음에 대한 연구는 자주 이원론과 신비주의의 장벽에 가로막힌다. 데닛은 이처럼 마음에 관해 “신의 의지” 혹은 “꿰뚫을 수 없는 신비”라고 하는 대답을 “성급하기 짝이 없는 항복”이라고 표현한다. “최근에야 우리의 처리 기제에 정착했고 아직 제대로 써먹은 적도 없는, 생각 도구라는 엄청난 포상”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신비주의의 허물과 잔재를 꼼꼼히 벗겨내는 데 학자 인생의 대부분을 바친 데닛은 이원론과 신비주의를 극복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는 우리가 과학적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잡아끄는 이런 이원론의 힘을 “데카르트 중력”이라고 명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논증을 풀어낸다. 지난 몇십 년 사이 인류는 어마어마한 과학의 진보를 이루어냈다. 데닛은 이 책에서 과학이 제공한 풍부한 경험적·이론적 작업에 기대 독자로 하여금 “마음에 관한 과학적이고 유물론적인” 접근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인간의 마음과 정신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유전자와 박테리아에서 밈과 인간의 마음까지


박테리아로부터 인간의 것과 같은 마음과 문화가 생겨나는 과정을 꼼꼼하게 관찰한 데닛은 인간의 마음과 문화 역시 자연선택의 과정을 따라 진화했다고 이야기한다. 즉 문화 역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자연선택에는 마음이 없으며 거기에 어떤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자연선택은 설계 개선이라는 과업을 수행해왔다. 아무런 마음과 의도는 없었지만, 자연선택은 인간의 마음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햄릿》을,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을, 그리고 컴퓨터를 비롯한 많은 놀라운 것들을 지성적으로 설계”했다.


데닛의 비유대로, 항해에서 돌아온 배는 복제되지만, 돌아오지 못한 배는 복제되지 않는다. 문화는 밈을 타고 전파되고 확산된다. 어떤 밈은 짧은 시간 동안 넓게 퍼지고, 어떤 밈은 좁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나타났다 바로 사라지는 밈도 있고, 지속적으로 변이하는 밈도 있다. 도구 제작부터 학문, 예술,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문화는 수십만 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문화는 도태되고 소멸했으며, 일부는 살아남아 주류가 되었다. 누군가의 설계나 의도가 아니라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인류는 지금의 문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마음 진화의 원동력, 밈과 언어

뇌의 진화와 밈의 등장, 그리고 언어와 문화가 인간의 마음을 진화시키다


이 책을 관통하는 데닛의 주장은 “이 모든 놀라운 것들의 생성은 다윈이 말한 알고리즘으로서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에 따른 것, 또는 그에서 파생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이지만, 그것을 말하면서 그가 궁극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학문은 ‘밈학memetics’이다. 데닛은 밈학이 언어와 문화적 진화를 모순 없이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이론이라고 이야기한다. 데닛에 따르면, 인간의 기본적인 언어 습득 능력이 언어 밈과 결합하여 의식과 문화를 낳았다.


인간의 뇌는 밈을 다루고 보호하고 번식을 돕도록 선택되었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뉴런 중 폰 에코노모 뉴런von Economo neuron 또는 방추뉴런이라 불리는 뉴런은 매우 큰 뇌를 보유하고 복잡한 사회적 생활을 영위하는 동물, 즉 사람을 비롯한 유인원, 코끼리, 고래목 동물(고래와 돌고래)에게서만 발견되었다. 꽤 최근에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 이 뉴런은 자기 감시와 의사결정 및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뇌 영역에 집중되어 분포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음의 바이러스인 밈은 인간 특유의 이해력을 추동하는 진화적 복제자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까지는) 풍부하게 축적된 문화를 지닌 유일한 종이고, 이것을 가능케 한 문화의 핵심 요소는 언어다. 비인간 동물에게도 집단에서 공유하는 전통 혹은 행위 방식이 있다. 이것 역시 밈적 진화지만, 일반적으로 동물의 밈은 우리의 언어와는 달리, 더 많은 밈을 생산할 기회를 열어주지 않는다. 우리의 언어는 그야말로 눈덩이를 굴리듯 축적물을 불린다.


인류의 유전자는 지난 5만 년 사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문명은 극적으로 변했다. 이 변화는 모두 인류의 문화적 혁신으로 인한 것이고, 그 중심에 언어가 있다. 데닛에 따르면, 말은 “우리의 폭발적인 문화 진화에서 중심적이고도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말의 진화를 탐구하는 것은 문화적 진화에 관한, 그리고 우리 마음이 형성되는 데 그것이 수행한 역할”을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성적 설계 그다음의 시대를 말하다

AI는 계속해서 인간에 종속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한 교수가 시험에 논술 문제를 하나 출제하고, 그 문제에 대한 A+ 답안을 써서 컴퓨터 프로그램과 인간 조교 둘 모두에게 주며 그것을 그 주제에 대한 좋은 논술의 예시로 삼도록 한다. 프로그램과 조교가 모든 학생의 답안을 읽고 학점을 매긴 결과, 교수의 판단에 더 가까웠던 것은 그 분야의 풋내기 전문가인 조교가 제출한 성적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매긴 성적이었다.(594쪽)


지성적 설계자인 인간은 무목적적이고 무마음적인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로 현재의 마음과 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은 컴퓨터를 만들고, 그 컴퓨터들이 또한 놀라운 소산물들을 만들고 있다. 단순한 연산 장치였던 컴퓨터는 이제 인공지능이 되어 스스로 계산하고 판단하여 바둑을 둘 뿐 아니라 실용적이고 과학적이고 심미적인 판단도 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이처럼 인간의 판단이 퇴임 또는 소외되는 일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인간은 머신러닝 시스템의 창조에서 극적인 진보를 이루었다. 이는 “진화는 당신보다 똑똑하다”는 오겔의 제2규칙이 참임을 보여준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박테리아에게 이 행성을 돌려주어야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지성적 설계 시대의 그다음 시대에 더 번창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데닛은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과거를 따른다면 설사 우리가 인공지능에 더 의존한다 해도, 인공지능 역시 우리에게 계속 의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4635584


ESC 진행 예정 행사 (참여하면 넓어지는 과학 이야기)

숲사이는 ESC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인 커뮤니티입니다.
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공지 
(04779)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G601 (성수동1가,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Copyright ⓒ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All rights reserved.    


운영진 게시판 


숲사이는 ESC에서 운영합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공지

(04768)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G410 

Copyright ⓒ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All rights reserved.
운영진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