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화석이 말하는 것들 - 죽고 사라진 것들의 흔적에 관하여 (이수빈 저 | 에이도)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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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라져버린 존재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

게를 먹었던 초식공룡, 다리로 호흡하는 삼엽충, 사시나무 잎으로 치통을 다스렸던 네안데르탈인이 등장하는 화석의 세계. 과거 생물의 비밀을 풀어가는 고생물 연구자의 흥미진진한 화석 이야기

오래전 이 지구상에서 살았던 생명체가 남긴 흔적을 단서로 생물들의 생태를 추적하는 고생물 연구자를 셜록 홈즈에 비유할 수 있을까? 포항에서 발견된 딱정벌레 화석을 연구하는 지은이는 화석만큼은 진심이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자연사박물관에 꼭 들르고, 화석 답사를 위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몽골 등 해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토록 화석에 진심인 젊은 연구자가 머나먼 과거의 생물이 남긴 흔적인 화석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등에 화석에 남은 꽃가루에서부터 곤충화석, 생물의 배설물 화석인 분화석, 그리고 공룡화석까지 흥미를 자아내는 다양한 화석 이야기로 인류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의 생태를 재구성한다. 특히 이 책은 그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석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5억 년 전 생물의 화석을 처음 묘사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 화석(팔레오딕티온)에 담긴 미스터리, 게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초식공룡(공룡의 배설물 화석으로 알아낸 사실이다), 관절염에 걸린 공룡 이야기, 그리고 다리에 달린 아가미로 호흡했던 삼엽충 등 화석과 관련하여 우리가 익히 상상하는 모습을 깨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최신 연구결과와 함께 소개한다.

흔적을 둘러싼 모험! 화석을 놓고 벌어지는 다양한 논쟁에서부터 비윤리적 스쿱과 정치적 분쟁 그리고 고생물 복원까지

화석은 길게는 수억 년 전에서 짧게는 수천만 년 전 지구상에서 살다 죽고 사라진(물론 아직까지 살아있는 생물도 있다) 존재들이 남긴 흔적이다. 워낙 오래된 과거의 일이다 보니 사는 환경과 고생물의 생태를 우리가 쉽게 가늠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재미있고,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다. 지금은 모래가 부서지고 바닷물이 철썩이는 바닷가지만 수억 년 전에는 공룡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호숫가였고(바닷가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는 이유는 공룡이 바닷물을 먹어서가 아니다), 추워서 공룡은 절대 살 것 같지 않은 알래스카 같은 곳에서 공룡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가 가능한 세계이다. 책에는 화려한 깃털을 뽐내던 공룡(179쪽), 망치상어와 비슷한 머리를 가졌던 해양 파충류, 네안데르탈인의 치석과 치통 치료법(116쪽) 등 일반인의 상식을 깨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물론 화석 연구의 세계는 엄연히 ‘과학’의 영역이다. 엄밀한 과학적 도구와 실험으로 정확한 예측을 해내고 그에 딱 맞는 발굴이 이루어진다. 화석은 그것이 발견된 지층, 같이 발견된 생물들의 구성 등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토대로 당시 생물이 살았던 연대와 환경과 생태를 재구성한다. (어느 지층에서 발견된 것인지 출처가 불분명한 화석은 과학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전후맥락을 따져보고 해당 생물의 진화 퍼즐을 맞춰보면 진화사에서 빈 곳을 예측해낼 수 있다. 3억 9천만 년 전의 엽상 지느러미 어류와 3억 6천만 년 전에 살았던 육상 척추동물의 전이 행태(틱타알릭 로제)가 3억 7천 5백만 년 전 지층에 묻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해당 지층이 분포한 지역인 캐나다의 앨즈미어 섬에서 화석이 발견됨으로써(97쪽)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렇다고 정확한 예측과 해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석을 놓고 생물의 생태를 해석하는 데는 논쟁이 항상 따른다. 생물의 신체 기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처음에 그린 복원도가 나중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당연히 남은 흔적과 자료가 한정적이다 보니, 또 살아있는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없으니 고생물학은 끊임없는 논쟁의 영역이다. 일례로 익히 아는 시조새 화석을 보자. 화석에서 시조새는 왠지 목도 꺾여 있고, 몸이 휘어져 있다(이런 자세를 후궁반장 자세라고 한다). 우리가 그리는 새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왜 이렇게 뒤틀린 모습으로 발견된 것일까? 어떤 학자는 이 후궁반장 자세가 뇌척수염으로 인해 생기는 활울림긴장이라는 발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234쪽), 어떤 학자는 죽은 사체가 물에 가라앉으면서 만들어진 자세(236쪽)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논쟁은 화석이 발견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계속되고, 주장은 폐기된 것처럼 죽었다가도 수십 년 후에 다시 부활하기도 한다. 물론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논쟁중이다. 하지만 고생물학자들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화석이 만들어질 당시의 지형이나 지리적 특성을 분석하고, 직접 죽어가는 사체를 관찰하며,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실험하기도 한다. 흔적을 두고 벌어지는 연구자들의 다양한 실험과 해석 그리고 새로운 사례가 발굴되면 반박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화석을 두고 정치적 분쟁과 속임수와 비윤리적인 일과 전쟁까지도 엮여 있다. 브라질과 독일은 독특한 모양의 깃털 공룡 우비라야라의 화석의 소유권을 놓고 국가 간에 싸우는가 하면(203~204쪽), 백악기 시대에 만들어진 화석이 대량 발굴되는 미얀마의 호박 광산에서는 반군과 정부군의 전쟁 자금줄에 호박이 동원되고 거래된다(206~207쪽). 공룡 대멸종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의 연구 내용을 가로채는 ‘스쿱’이 발생하기도 한다(223쪽). 이 얼마나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한가?

곤충, 게, 익룡, 분화석, 결핵체, 공룡 화석 등 화석에 대한 이해를 돕는 80여 컷의 컬러사진 수록

화석 연구는 이른바 ‘돈이 안 되는’ 분야인지라, 화석을 주제로 쓴 책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점에서 화석에 진심인 젊은 고생물 연구자가 쓴 이 책은 더없이 반갑다. 화석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볼 만한 다양한 이야깃거리 그리고 이해를 돕는 80여 컷의 컬러사진은 흔히 고생물 연구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오는 낯섦을 누그러뜨린다. 이제는 죽고 사라져버린 존재들의 흔적을 둘러싼 매력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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