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수지 시히 저/노승영 역 | 까치)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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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을 보았어”

원자를 넘어 입자의 세계로


우리에게 X선 촬영은 너무나 친숙하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몸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공항에서 보안 검색을 받고 거대한 물건을 분해하지 않고도 그 속을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뢴트겐이 X선의 발견에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공개한 덕분이다. 음극선관을 연구하던 뢴트겐은 실험실에서 음극선관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빛이 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 빛의 정체를 진정으로 몰랐기에 X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X선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원자 안에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물리학자 톰슨은 음극선관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주목함으로써 최초의 아원자 입자인 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수천 년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이었던 원자의 내부 구조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그다음 배턴을 받아서 금박에 알파 입자를 쏘는 실험을 통해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핵은 극히 작고 나머지는 빈 공간임을 밝혀냈다. 이로써 원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영구히 바꿨을 뿐만 아니라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완전히 뒤바꿨다. 다음으로는 빛의 본성을 알아내기 위한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은 빛이 파동임을 보여주었으나, 때로 빛은 입자처럼 행동하는 듯했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광자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광자를 통해서 광전 효과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 대학교의 로버트 밀리컨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서 12년간 진공 상태의 금속에 빛을 비추는 실험을 진행했으나, 결과는 빛이 입자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입증하고야 말았다. 양자역학이라는 기이하면서도 놀라운 이론을 확증한 것이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입자들

고에너지를 달성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경쟁


방사선을 검출할 수 있는 장비인 검전기를 가지게 된 190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검전기에서 검출되는 여분의 방사선에 주목했다. 이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도 하고 땅속을 파고들기도 했다. 결론은 그것이 우주에서 온다는 것이었다. 우주선(cosmic ray)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니 그것을 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고, 찰스 윌슨은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구름에서 착안하여 안개상자를 개발했다. 우주에서 오는 입자들의 자취를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입자들―양전자, 뮤온, 중간자―이 계속 발견되었다. 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새로운 입자를 연구하기 위해서 최초의 입자 가속기를 개발하여 원하는 대로 원자를 쪼개며 더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니스트 로런스는 입자를 가속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여 인공 방사능을 유도 생성할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을 개발했다. 사이클로트론은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의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데, 바로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길을 연 것이다. 사이클로트론보다 더 고에너지로 입자를 가속할 수 있는 싱크로트론은 입자물리학뿐 아니라 기초과학에도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다. 하나의 예를 들면,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을 당시에 싱크로트론 방사광을 토대로 재빨리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과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물리적 구조를 밝힘으로써 백신 개발을 위한 길이 열렸다.


3세대 입자들의 발견

초거대 과학을 위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협동


입자 가속기의 발전이 거듭되어 원형이 아닌 선형 가속기, 빔의 속도를 테라 규모까지 올릴 수 있는 테바트론, 길이가 27킬로미터에 달하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가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속기들을 통해서 쿼크뿐만 아니라 “신의 입자”라고 일컬어지며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염원해온 힉스 보손까지 새로운 입자들이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런 입자들의 발견 뒤에는 실험물리학자들의 엄청난 노고가 숨어 있다. 1900년대 초 과학자들은 방사성 붕괴 가운데 베타 붕괴의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입자인 중성미자의 존재를 예측했으나, 실제로 이를 검출하는 과정은 엄청난 과업의 연속이었다. 1950년대 프레드 라이너스는 20년간 방치된 중성미자 발견에 나섰다. 그는 우선 중성미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 핵 반응로 옆에 검출 장비를 설치해야 했다.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해서 연구진은 파라핀납으로 직접 벽돌을 만들어 날라야 했고, 중성미자를 검출할 섬광체의 액체의 온도를 16도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장비에 히터를 틀어놓았으나 그 전기료를 감당할 수 없어 자신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러고도 우주로부터 오는 우주선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 다시 실험 장비들을 땅속으로 옮겨야 했다. 그렇게 핵반응로가 켜져 있던 900시간과 꺼져 있던 200시간 동안의 데이터를 모으고 또 모아 마침내 중성미자를 검출할 수 있었다.


무엇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이 모든 노고를 감내하게 했을까? 1969년 로버트 윌슨은 미국 의회에 출석하여 2억5,000만 달러 예산의 가속기인 테바트론 사업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이 가속기가 어떤 쓰임새가 있느냐고 상원의원이 묻자, 그는 가속기가 국방에는 쓸모가 없다고 하면서 “그것은 오로지 국가를 방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과만 관계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제 과학은 한 개인이나 단체, 국가의 손을 넘어 초거대 과학이 되었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합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는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전쟁을 벌이던 서유럽 12개국이 1954년에 평화를 위한 과학 연구소 설립을 위해서 힘을 합친 것이다. 2008년에 25년간의 공사 끝에 드디어 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가 가동에 들어갔고, 2012년 마침내 힉스 보손을 발견했다. CERN의 충돌기 연구에는 대략 110개국, 무려 입자물리학자 1만3,000명 중 절반가량이 관여했다. CERN의 공동 연구에 대한 이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월드와이드웹(www)이다. CERN의 충돌기에서 나오는 방대한 정보를 관리하고 이를 전 세계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개발된 월드와이드웹은 CERN의 이념에 따라 모두에게 공개되었고, 지금의 인터넷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입자물리학의 여정을 열두 번의 실험을 중심으로 실험물리학자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경쟁과 협동을 짜임새 있게 엮으며 한 편의 드라마로 펼쳐낸다. 이론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과학적 발견이 어떻게 우리의 실제 삶을 변화시켜왔는지를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서 담아낸 이 책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물리학의 세계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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