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1초의 탄생 해시계부터 원자시계까지 시간 측정의 역사 (채드 오젤 저/김동규 역/김범준 감수 | 21세기북스)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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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일몰의 측정에서 시계의 발명까지,

시간 측정의 과학과 함께 발전해온 인류 문명의 발자취


신석기 시대에 하·동지점을 표시한 구조물인 뉴그레인지 유적과 스톤헨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세심하고 끈질기게 관찰했고, 그 관찰을 바탕으로 미래에 다가올 세상의 모델을 만들었으며, 수 세기에 걸쳐 그 모델을 다듬고 공유했다. 그 모든 과학적 노력이 집약된 결과가 바로 장엄한 오늘날 거대한 유적으로 남아 있는 하·동지 표시 장치이며, 그것은 건설된 이후 다시 수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이런 집착과 모든 과학적 활동은 결국 해시계와 물시계 같은 자연현상을 이용한 시계에서 기계식 시계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원자시계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시간을 측정한다는 것은 곧 모든 시계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 ‘똑딱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똑딱임’이란 기계식 시계의 추가 흔들리면서 나는 소리를 포함해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고 이를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기적이고 반복된 움직임을 의미한다.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태양의 움직임이나 한 달을 주기로 차고 기울어지는 달의 움직임 또한 하나의 ‘똑딱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더 정확한 시계를 개발하기 위해 태양과 별들의 ‘똑딱임’을 집요하게 관찰했고, 구름 낀 날은 물론이고 밤에도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주변 일상의 똑딱임에 주목하여 흘러내리는 물과 모래, 진자의 움직임을 ‘똑딱임’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똑딱거리는 과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천문학과 수학은 물론이고 특히 물리학과 양자역학 분야에서의 혁명적인 발견들로 이어졌다.


이처럼 시간 측정의 역사는 변덕과 혼란이 가득했을 세상에 질서와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인 동시에 더 정확하게 시간을 표시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과정이었다. 이렇게 발달한 기술은 유럽의 자본가들이 안정적인 원거리 수송망을 수립하고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부와 정치 권력을 획득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시간 측정 장치를 구축하고 다듬는 과정은 지난 수천 년간 모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인류가 시간에 매혹된 것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알기 위함이었다!”

완벽한 역법을 위한 치열한 도전과 노력의 과정,

시간과 달력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매혹적인 서사시


시간 측정의 역사에는 과학에 관한 내용만 담겨 있지 않다. 인류 사회에 오늘날과 같은 역법이 자리를 잡기까지 정치와 종교는 물론이고 철학과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어디서나 한 해를 12개의 달로 구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지만, 인류는 태양의 주기와 달의 주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력, 태음력, 태음태양력이라는 다양한 역법을 발전시켰다. 달의 위상에 중점을 둔 이슬람력은 1년 중의 달과 계절의 오차가 매년 조금씩 벌어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로마 제국의 공식 역법으로 채택된 율리우스력은 달력을 계절 변화와 동기화하여 중요한 계절별 축제가 돌아오는 날짜를 예측할 수 있게 했지만, 달의 위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 히브리력은 이 둘의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각종 기념일은 항상 음력 주기의 해당 시점과 일치하지만 일반적인 계절과 맞추려면 때때로 한 달씩 추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처럼 태양과 달의 움직임 모두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이 세 종류의 역법이 불편하게 공존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기고 있는 시간이란 것이 사회적 구성물임을 보여준다. 지구와 달의 공전은 천문학적으로 실증된 사실이지만 역법은 인간의 발명품이며, 각 문화의 역법에는 그것을 발명해낸 사회의 이해와 우선순위가 녹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문화의 역법 체계는 천문 현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사회의 신학과 농경, 정치적 타협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로 태양력이나 태음력과는 완전히 다른 주기에 바탕을 세 가지 역법이 공존했던 마야의 역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마야 문명의 최전성기였던 서기 500년경에 그들이 운영했던 복잡한 역법 체계의 사회적 측면과, 고대 로마에서 제정된 율리우스력이 1,500년 이상 문제없이 운영되다가 1582년에 그레고리우스력으로 변경된 신학적 배경, 그리고 미국의 철도 시간이 확립된 과정과 현대의 시간대 체계를 낳은 정치적 협상 등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철학적인 질문들이 곧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는 물론이고 시간과 공간의 속성에 대한 이해의 근본이 된다는 사실 또한 알려준다.


“1년 뒤, 10년 뒤가 정확히 언제인가?

나의 1초와 당신의 1초가 같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정확한 1초를 측정하기 위한 인류의 놀라운 시간여행!


이 책은 시간 측정의 역사는 결국 표준적인 똑딱임과 그것을 모델화한 수단이 오래도록 축적된 과정임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과학 지식이 발달과 함께 더욱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하는 수단을 새롭게 발견해왔다. 1870년대에 1초는 8만 6,400분의 1태양일로 정의되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정확한 정의였으나,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짐에 따라 1초의 길이 또한 바뀔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과학자들은 더 정밀하게 1초를 정의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더욱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시간의 기준을 계속 찾았고, 마침내 양자역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그 기준을 찾는 데 성공했다. 1967년 1초의 정의는 “세슘-133 원자의 에너지 바닥 상태의 두 초미세 준위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진동하는 주기의 91억 9,263만 1,770배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시간의 정의를 천천히 변화하는 지구의 움직임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슘 표준이 반드시 최종 정의는 아니다. 지금도 표준 시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세슘 표준보다 수십, 수백 배 더 정확한 시계를 실험하고 있으며, 앞으로 세슘과 전혀 다른 원소가 발견되어 시간의 정의가 다시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자연계의 복잡한 패턴에 질서를 부여하여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필요에서 시작된 더 정밀한 시계를 향한 멈추지 않는 갈망은 수천 년에 걸친 혁신의 원동력이 되었다. 뉴그레인지의 건축가들이 몇 톤에 이르는 바위를 쌓아 올려 동지점을 표시했고, 마야의 제사장들은 금성의 신출을 끈질기게 추적했으며, 케플러는 화성의 궤도를 정확하게 그려냈고, 그 밖의 수많은 천문가들은 수천 년에 걸쳐 그들의 관측을 정교하게 다듬어왔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인류의 위대한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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